📓까칠한 취재 노트
건축가가 제안하는 후암동 하루 여행법
by 태권동자 에디터 JM
서울 남산 아래에 자리한 작은 동네 후암동엔 영화관도, 책방도, 휴양지도, 제빵실도 있다. 후암동 프로젝트로 시작해 ‘후암연립’이라는 어엿한 브랜드로의 성장을 일궈낸 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의 이준형 소장을 만났다.
*📸 피치 바이 매거진
메모1. 도시재생은 착한 말?
❓‘후암동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후암동에 처음 왔을 때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저와 팀원들은 건축을 전공하면서 마을과 재생, 두 가지 키워드를 공부하고 경험해왔어요. 창업을 한 이유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었기 때문이고요. 저층 주거지 마을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다가 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를 세우고 우연히 알게 된 후암동을 우리만의 동네로 정했어요. 저는 서울 사람이 아니라 서울에서 선뜻 ‘우리 동네’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는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후암동을 ‘나의 동네’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죠. 저에게 후암동은 일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특별한 동네예요.
❓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에서는 또 어떤 일을 하나요?
👉어쨌든 회사니까 돈을 벌어야 하잖아요(웃음). 사실 이 동네에서 하는 일은 회사 전체 수익의 20퍼센트 정도밖에 안 돼요. 보통 다른 건축사사무소처럼 작은 공간을 인테리어하거나 설계합니다. 또 지자체에서 작은 골목, 마을 단위의 계획을 진행할 때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어요.
❓도시재생에서 건축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사실 ‘도시재생’이라는 표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흔히 도시재생은 행정에서 주도하는 사업으로 생각하곤 하죠. 기존에 있는 도시 안에서 건축가의 역할을 찾았을 땐 조금 다른 의미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건축가는 기본적으로 물리적 공간을 다루는데, 이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간에 담는 역할도 포함해요. 즉 건축물이 자리한 동네를 잘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죠. 게다가 도시는 변하게 마련이잖아요. 그 지역이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또한 건축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후암동에 처음 왔을 때 변화를 주고 싶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후암동을 변화시키고 싶어서 이곳에 온 건 아니에요. 후암동에 본격적으로 주거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 1930년대니까 오래된 동네이긴 하죠. 하지만 변화를 바랬다기보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동네에 살면서 건축가로서 동네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어떤 점이 사랑스럽고 매력적이었나요?
👉어디를 가도 서울의 상징인 남산과 서울 타워가 보여서 좋았어요. 골목을 다니다 보면 일제강점기 전후에 지은 적산 가옥부터 최근 젊은 건축가가 지은 단독 주택까지 두루 볼 수 있거든요. 근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집의 형태가 한 동네에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후암동에는 아주 오래되고 낡은 집도 있고 고급 빌라도 있고 새로 지은 단독 주택도 있어요. 굉장히 돈이 많은 사람도 살지만 2030 청년들, 아이 키우는 부부, 혼자 사는 어르신도 거주하고 있어요. 그런 모습이 후암동을 ‘후암동스럽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메모2. 뜨고 지는 동네들. 동네에도 유행이 있는데…
❓회사를 후암동에 설립한지 5년이 넘었는데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요?
👉후암동은 다른 동네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 않더라고요. 처음 왔을 때에 비하면 2030 소비층을 겨냥한 카페나 상점이 늘었고 신축 빌라가 계속 들어서고 있긴 해요. 하지만 지난 5년간 을지로나 성수동처럼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뜨는 동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요.
❓후암동도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까요?
👉5년 전에도 후암동이 뜰 거란 말이 있었어요. 그런데... 유독 변화의 속도가 더딘 이유는 상가와 주거 비율의 균형이 잘 맞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동네에 거주 인구가 적은데 상업 시설이 늘어나면 트렌드가 바뀌어 유입 인구가 줄었을 때 급격하게 망할 수 밖에 없어요. 후암동에 있는 상업공간이 잘 유지되고 동네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건 실제로 동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반증이죠. 그런 면에서 후암동은 지속 가능하고 건강하게 살아 남을 수 있는 동네라고 생각해요.
❓후암동 프로젝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개인적으로 후암서재를 가장 좋아해요. 워낙 책을 좋아하는지라 어렸을 때부터 책을 모아 놓은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었거든요. 이용자의 리뷰를 보면, 후암서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