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취재 노트
지속 가능한 예술의 모험
by 태권동자 에디터 JM
서울 이태원, 우사단로 골목에 들어서니 ‘Craft’라고 쓰인 간판이 줄을 잇는다. 간판이라기 보단 문패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모두 비슷한 상가 건물에 들어선 공방이지만 저마다 조용하게 각자의 색을 띈다. 여느 이태원 골목처럼 요란하지도, 복닥거리지도 않는 길을 따라 안쪽으로 걷다 보니 위켄드랩(WKND Lab) 작업실에 이른다. 위켄드랩은 폐기물을 소재화해 작품을 만드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버린 달걀 껍질, 통영 바다에서 굴러 다니던 굴 껍질 등 주변에서 쓰레기로 인식하는 재료를 모아 다양한 작업을 한다. 위켄드랩의 오브제에는 정확한 용도가 없다. 어떻게 활용하든 사용자의 마음이다. 작품 안에 담고 싶은 이야기도,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은 위켄드랩의 두 디자이너를 만났다.
*📸 위켄드랩 제공
메모1. 동갑내기 Z세대의 사업 이야기
❓위켄드랩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하린(이하 이) 지속 가능성을 테마로 버려지는 소재를 활용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주로 동식물성 폐기물을 원재료하는데, 꼭 거기에 국한된 작업만 하는 건 아니고요. 그 외에도 버려지는 온갖 소재를 재활용해서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를 준비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점과 힘들었던 점을 한 가지씩 꼽는다면?
👉전은지(이하 전) 초창기에 운이 좋게도 학교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어요. 그래서 학교 교수님이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얻을 수 있었어요. 실무적인 부분에서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이) 그런데도 막상 실전에 뛰어드니 사업자로서 처리 해야하는 온갖 잡무를 피할 수 없었죠. 각종 세무 회계 서류를 정리하는 게 생각보다 업무의 비중을 많이 차지하더라고요. 👉(전) 어른이 된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웃음). 👉(이) 사실 커리어적으로는 큰 불평이나 불만이 없어요.
❓디자인 작업을 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해요.
👉(전) 위켄드랩은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소재를 키워드를 내세우는데요. 단순히 소재 활용에 그치지 않고 두 개의 키워드를 확장하는 작업을 하려고 하거든요. 쉽게 말해서 친환경적인 것만 지속 가능한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기술을 계속 이어가려는 시도 역시 지속 가능한 일 일테고요. 또 지금은 잊힌 무언가를 현재로 다시 가져오는 작업일 수도 있고요. 👉(이) 인간의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간 철학과 디자인 사이의 연결고리를 설정해서 확장해가고 있어요. 그런 주제로 서로 얘기를 툭툭 던지다 다음 작업으로 연결시켜온 것 같아요.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전) ‘리코타 시리즈’라고 아직 진행 중인 작업인데, 우유 폐기물을 활용한 프로젝트예요. 이 시리즈는 낙농 폐기물에서 단백질만 추출해서 바이오 스틱 플라스틱 대체제로 만드는 소재 중심적 프로젝트인데요. 소재를 100퍼센트 생분해성으로 만드는 거라 다른 작업보다 까다롭더라고요. 연구를 계속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라 애증이 담긴 프로젝트예요. 👉(이) 사실 리코타 시리즈는 사업의 규모를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은 프로젝트이긴 한데, 저희 브랜드의 방향성을 잡는 데는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버려진 우유로 소품이나 가구를 직접 만들면서 시작했으니까 앞으로도 유의미한 작업을 이어가자, 그렇게 얘기하죠.
❓직접 만든 소재로 작업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소재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할 것 같아요.
👉(전) 보통 디자이너가 작업을 할 때 디자인을 먼저 하고 그 디자인에 알맞는 소재를 찾는데요. 저희는 소재를 먼저 찾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부여해요. 그래서 이런 소재에는 이런 모양이면 잘 어울리겠다, 아니면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역순으로 작업하다 보니 소재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메모2. 친환경? 조금 식상하다.
❓낙농 폐기물 문제를 인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전) 저희 둘 다 유럽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어요.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유제품 종류가 많으니 그만큼 쓰레기도 많이 발생해요. 또 혼자 살다 보니 생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전보다 눈에 잘 보이더라고요. 👉(이) 진짜 친환경 소재를 만들려면 천연 재료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천연 물질이라고 해도 그냥 버리면 환경에 해가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다시 깨끗하게 정화시키기 위해서는 2만 배의 물이 필요하다고 해요. 목장이나 공장에서 우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잉여 생산물과 폐기물이 많이 발생하고요. 어찌 됐든 그냥 버리면 안 될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이야기 하기 위해선 대규모로 버려지는 소재를 활용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았어요.
❓교환학생으로 각각 독일과 스위스에서 생활하며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는데, 유럽의 쓰레기 처리 방식은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가요?
👉(전) 스위스는 유럽 내에서 분리수거를 잘하는 편이라고 얘기를 들었어요. 처음 가서 가장 신기했던 점은 일반 가정집에 ‘컴포스트 빈(compost bin)’이라고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시키는 쓰레기통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것도... |